실어증 환자의 숫자 변환 처리 특성
초록
본 연구는 아라비아 숫자 읽기, 한글 숫자 읽기, 아라비아 숫자 받아쓰기, 한글 숫자 보고 아라비아 숫자 쓰기를 통해 실어증 환자와 정상인의 숫자 변환 처리 특성을 알아보고자 하였다.
좌뇌 손상으로 실어증으로 진단받은 환자 15명과 정상군 15명으로, 총 30명이 연구에 참여하였다.
첫째, 아라비아 숫자 읽기, 한글 숫자 읽기, 한글 숫자 보고 아라비아 숫자 쓰기 시 실어증 환자군과 정상군이 보인 정반응 점수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였다. 그러나 한글 숫자 듣고 아라비아 숫자 받아쓰기에서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둘째, 실어증 유형별 환자군과 정상군 간 수행력 차이를 살펴본 결과 네 과제에서 유의한 집단 간 차이가 있었다. 실어증 유형군 중에서는 명칭실어증이 네 과제에서 모두 높은 수행력을 보였다. 베르니케실어증과 브로카실어증 환자의 경우 한글 숫자 읽기 과제에서는 베르니케실어증 환자가 브로카실어증에 비해 유의하게 높은 수준을 보였지만, 나머지 과제에서는 집단 간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셋째, 과제 유형별 집단 간 오류 유형을 어휘 오류와 구문 오류만으로 제한하여 살펴보면, 명칭실어증은 네 과제에서 모두 어휘 오류를 가장 많이 보였고, 베르니케실어증은 아라비아 숫자 읽기와 아라비아 숫자 받아쓰기에서는 어휘 오류를, 나머지 과제에서는 구문 오류를 빈번히 산출하였다. 브로카실어증의 경우 네 과제에서 구문 오류를 가장 많이 보였다.
실어증 환자를 대상으로 숫자 변환 처리 시의 특성을 살펴보고, 실어증 환자들의 숫자 처리에 대한 기본 정보를 제공한 점에서 본 연구의 임상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오류 빈도 분석 결과 숫자 처리 시 보이는 문제는 실어증 환자들의 언어학적 결함과 관련 있음을 알 수 있었다.
Abstract
The aim of this study was to investigate the characteristics of numerical transcoding processing in 15 patients with left hemisphere lesions and to examine the correlation between linguistic deficits and numerical processing by analyzing the error type.
Patients were classified into three groups: anomic aphasia, Wernicke’s aphasia, and Broca’s aphasia. The assessment of transcoding skills consisted of reading Arabic numerals aloud; reading Korean number words aloud; writing Arabic numerals to dictation; and writing Arabic numerals after seeing Korean number words. A control group matched for age, gender, and education included 15 normal participants.
First, the subject and control groups differed significantly in reading Arabic numerals, as well as reading Korean number words. All subjects scored significantly poorer than controls in writing tasks. Second, anomic aphasia showed only mild difficulties in all four tasks. Wernicke’s aphasia and Broca’s aphasia scored similarly at the quantitative level. In four tasks, lexical errors appeared mainly in anomic aphasia. Broca’s aphasia made syntactic errors in numerical transcoding tasks. Wernicke’s aphasia calculates lexical and syntactic errors to the same extent when performing numerical transcoding tasks.
This study is meaningful in that it is the first time to examine the characteristics of numerical transcoding processing in Korean aphasia patients and provides basic information on the numerical processing in patients with aphasia. The overall error rate in different numerical transcoding tasks was clearly correlated with the severity of the language deficit.
Keywords:
Numerical transcoding processing, acalculia, arabic numeral, Korean number word, aphasia키워드:
숫자 변환 처리, 실산증, 아라비아 숫자, 한글 숫자, 실어증Ⅰ. 서 론
뇌 손상 환자들은 신경의사소통장애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숫자 처리와 계산에도 문제를 보인다. 계산장애라 부르는 실산증(acalculia)은 뇌 손상 후 숫자 처리와 계산에 어려움을 보이는 후천적 장애로, 독립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실어증, 주의집중력 장애, 시지각 인지장애, 시공간장애나 무시증후군과 같은 인지장애의 결과로도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자는 일차적 실산증(primary acalculia), 후자는 이차적 실산증(secondary acalculia)으로 분류한다(Schneider et al., 2014). 일차적 실산증과 이차적 실산증의 증상은 비슷하지만, 전자는 주로 신경심리학에서 다루고, 언어병리학자들은 실어증의 결과로 나타나는 이차적 실산증에 관심이 많다.
실산증은 뇌졸중, 뇌외상, 뇌염, 치매와 같은 다양한 병인에 의해 뇌가 손상될 경우 나타난다. 뇌 손상 부위, 손상 범위, 손상 종류에 따라 실산증은 독립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다른 인지능력의 손상과 결합되어 이차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Landerl et al., 2017; Willmes-von-Hinckeldey, 2005). 실산증은 주로 좌반구 손상으로 나타나는데, 특히 두정엽의 각이랑(angular gyrus)이 숫자 읽기와 쓰기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숫자 처리나 계산과정은 우리 뇌의 양반구의 여러 영역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우반구 손상으로도 실산증은 나타날 수 있다(Eibl, 2019).
실어증 환자들은 숫자와 숫자 단어들을 명명하거나 이해하기 시 자주 문제를 보인다(Hüttemann, 1998). 환자들은 자신의 전화번호 숫자를 바꾸어서 말하고, 자녀수를 정확하게 말하지 못하며, 때로는 숫자 단어 사용 시 혼란을 보이고, 돈 계산이나 양을 어림잡아 말할 때에도 어려움을 보인다. 쉬운 계산문제는 할 수 있지만, 자릿수가 많은 숫자와 글로 써서 계산하는 문제들의 경우 오류를 자주 보인다.
실어증 환자의 경우 숫자 쓰기 및 읽기장애가 언어장애에 기인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실어증(non-aphasic) 환자의 숫자 쓰기 및 읽기장애와는 다르다. 숫자 쓰기장애는 실어증의 동반증상으로 자주 보고된다(Deloche & Seron, 1982a, 1982b; Head, 1926; Henschen, 1919, 1920; McClosky et al., 1985; Sittig, 1919, 1920). 숫자 읽기와 쓰기장애가 반드시 함께 나타나는 것은 아니지만 개별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Henschen, 1920). 언어장애로 인해 숫자 읽기와 쓰기장애가 나타나는 경우 언어장애가 더 두드러지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숫자 읽기와 쓰기장애를 등한시하기 쉽다. 언어장애 없이 숫자 쓰기와 읽기장애만 나타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Kleist, 1934).
여러 자릿수의 숫자 읽기 시 나타나는 주요 오류는 숫자를 단위로 읽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읽는 오류이다. 다시 말해, ‘213’을 ‘이백십삼’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이일삼’으로 읽는다. 숫자는 언어학적으로 십자릿수, 백자릿수 등으로 구조화되는 제한된 어휘를 사용하여 기술된다. 숫자 1부터 10, 10부터 90까지 십배수의 수처럼 숫자는 일렬로 배열되는 요소들의 개별 집합체이다. 그리고 숫자 단어들은 ‘백’, ‘천’, ‘억’ 등과 같은 숫자 형태소를 포함하고 있다. 실어증 환자의 경우 이런 숫자 형태소 어휘에 대한 접근이 상이한 방식으로 손상될 수 있다. 어떤 환자들은 숫자 ‘50’을 ‘5’로 대치하는 오류를 보이고, 또 다른 환자들은 ‘5’를 같은 자릿수의 ‘7’로 선택하는 오류를 보이기도 한다.
숫자 처리 과정은 아라비아 숫자 읽기, 쓰기, 산출과 이해를 포함한다. 수 크기를 비교하는 것도 숫자 처리 과정에 포함된다. 계산능력은 머리로 암산하거나 글로 써서 계산하는 것, 사칙연산을 이용한 계산과정 및 계산기호들을 이용한 모든 과정들을 포함한다(Landerl et al., 2017; Schneider et al., 2014).
계산장애는 숫자 변환과 같은 처리장애, 숫자 크기나 양 어림잡기와 관련된 숫자 크기 표현장애, 사칙연산에서 선택적 장애를 보이는 것과 같은 계산장애 등으로 증상을 세분화할 수 있다(Willmes-von-Hinckeldey, 2005). 숫자 처리 시 가장 자주 나타나는 오류는 숫자 단어를 다른 숫자로 대치하는 것으로, 이 때 사용되는 숫자 단어들은 기능어가 유사한 어휘의 낱말 부류를 형성한다(Goldenberg, 2017).
아라비아 숫자를 한글 숫자로(2→이), 한글 숫자를 아라비아 숫자(이→2)로 변환할 때 어휘 오류와 구문 오류의 두 가지 오류가 나타난다(Claros-Salinas et al., 2009; Schneider et al., 2014; Willmes-von-Hinckeldey, 2005). 어휘 오류(lexical error)는 예를 들면, ‘67’을 ‘육십구’, ‘468’을 ‘568’로 읽는 경우이다. 숫자인 어휘 요소는 같은 자릿수의 다른 한 숫자로 대치된다. 이때 구문형태는 유지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구문 오류(syntactic error)는 ‘30’을 ‘300’, ‘205’를 ‘2005’로 읽는 경우로 어휘 요소는 정확한 반면 구문 형태는 맞지 않다. 특히 ‘4608’을 ‘460008’, ‘70200’을 ‘702’로 읽는 것처럼 0이 포함된 숫자들에서 오류가 빈번히 나타난다. 또한 두 자릿수 숫자 쓰기나 읽기 시 도치 오류를 빈번히 보인다. 예를 들면, ‘43’을 ‘34’로 쓰거나 ‘78’을 ‘팔십칠’로 읽는다. 숫자 단어 형태소 사용에서도 오류를 보인다. 특히 ‘백’, ‘천’, ‘억’과 같은 수학 승수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5022’를 ‘오십이십이’로, ‘3571’을 ‘삼십오백칠십일’로 읽기도 한다. 그리고 특히 아라비아 숫자 쓰기 시 ‘사천육백팔십이’를 ‘400060082’로 쓰는 term-by-term strategy도 나타난다. 실어증 환자들의 경우 자동구어인 1부터 10까지 수 세기는 전반실어증(global aphasia) 환자들도 대체로 가능하다. 그러나 두 자릿수 수 세기 시에는 생략이나 의미 착어(semantic paraphasia)가 나타난다. 실어증이 없는 환자들의 경우에는 숫자 거꾸로 세기 시 특히 오류를 보인다(Claros-Salinas et al., 2009).
이런 숫자 변환 오류들이 나타난다고 해서 숫자들에 대한 의미적 이해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007’이란 숫자를 제시하면 ‘제임스 본드’라고 말하는 것처럼 의미적 연상을 불러일으키는 숫자도 있다(Willmes-von-Hinckeldey, 2005). 심한 낱말 인출장애를 보이는 환자들은 자신이 말로 표현할 수 없거나 허공에 숫자를 쓸 수 없을 경우 종종 손가락으로 해당하는 숫자를 가리키기도 한다.
오류 유형의 분포는 유창성실어증 환자들에게서는 거의 유사하게 나타나지만, 브로카실어증 환자들과 같은 비유창성실어증 환자들의 경우에는 구문 오류가 훨씬 많이 발견된다(Landerl et al., 2017; Willmes-von-Hinckeldey, 2005).
실어증이 없음에도 숫자 처리에 장애를 보이는 환자들은 일차적 실산증의 증상을 보이고 다양한 오류들이 관찰된다. Claros-Salinas(1988, 1993)에 의하면, 비실어증 환자의 숫자 쓰기 장애는 더 복잡한 숫자 자극에서 나타난다. 다섯 자릿수 숫자 ‘13587’을 ‘135’로 읽는 끊김 현상으로 인해 숫자폭 감소가 나타난다. 이런 오류는 개별적으로 고립되어 나타나고 언어적 혹은 비언어적 수행력은 손상되지 않을 수 있다. ‘40068’처럼 숫자 0이 사이에 끼여 있는 숫자들을 받아쓰기 시 숫자 0을 생략하여 ‘468’로 쓰거나 첨가하여 ‘4000068’로 쓰는 시공간 오류를 보이기도 한다. 반맹증(hemianopsia)이나 무시증(neglect)을 가진 시지각 인지장애 환자들은 손상된 쪽이 어느 쪽이냐에 따라 첫 번째 혹은 마지막에 오는 숫자를 생략한다. 예를 들면, ‘156’ 대신에 ‘56’, ‘9754’ 대신에 ‘97’이라고 말한다. 이런 시지각 인지장애를 보이는 환자들의 경우 다른 언어적 자극을 수행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고 아라비아 숫자에서만 문제를 보일 수 있다. 그리고 식을 써서 계산을 할 경우 환자들은 수학 규칙에 따라 ‘1+1’이라고 숫자들을 정확하게 배열을 하지 못하거나 혹은 쓰기 시 열에서 숫자들이 밀려 나오면서 계산이 틀리는 경우처럼 시공간적인 오류가 발견된다.
추상적인 숫자 크기와 의미적 지식, 즉 상식에 대한 문제도 나타난다(Landerl et al., 2017; Schneider et al., 2014; Willmes-von-Hinckeldey, 2005). 환자들은 어느 숫자가 더 큰지, 점들의 양을 보고 어느 것이 더 많은지, 3m 두께의 벽이 정상적인지 비정상적인지 등 크기 비교에서 어려움을 보인다. 3과 7 사이의 가운데 있는 숫자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도 어려움을 보인다. 또한 일직선상에 숫자 10부터 50까지 표시해 놓고 숫자 30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표시하는 과제에서도 어려움을 보인다. 크기, 무게, 양, 지속 시간 등과 관련된 과제 수행 시 정답과 너무 거리가 먼 대답을 하기도 한다. ‘커피 한 잔은 얼마일까요?’, ‘닭은 다리가 몇 개일까요?’와 같은 일상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도 오류를 보인다. ‘119’, ‘007’처럼 어떤 의미와 관련된 숫자뿐만 아니라 생년월일, 전화번호 등 개인적으로 중요한 숫자들에 대해서도 오류를 보인다(Eibl, 2019).
뇌 손상 성인에게 나타나는 이런 숫자 처리장애는 이미 19세기부터 보고되었다(Levin et al., 1993). 그러나 실산증(acalculia)에 대한 연구는 상당히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숫자 처리 및 계산장애에 대한 국내 선행연구를 살펴봐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Kim 등(1997)이 좌측 상측두이랑(superior temporal gyrus) 손상으로 베르니케 실어증에 가까운 결과를 보인 49세 여자 환자 1명을 대상으로 한글 숫자와 아라비아 숫자간의 해리에 대해 연구한 결과, 아라비아 숫자와 한글 숫자 체계 중에서 한글 숫자 체계의 선택적인 장애를 보였고, 한글 숫자 체계 내에서도 한글 숫자의 표현보다는 이해장애가 심한 것으로 보고하였다. 그리고 Kim 등(2017)은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 16명을 대상으로 숫자 처리 및 계산 특성을 연구한 결과, 숫자 처리 과제에서 숫자 산출, 숫자 받아쓰기, 숫자 읽기, 숫자-한글 변환에서 오류율이 높고, 환자와 정상인 모두 구문 오류를 가장 많이 산출한 것으로 보고하였다. 또한 계산 영역에서 정상군보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이 덧셈과 곱셈에서 오류가 높았다고 보고하였다.
우리는 수와 관련된 많은 일상생활들을 영위하고 있다. 뇌 손상으로 언어장애를 보이는 실어증 환자들은 숫자 표현과 이해 등 숫자 처리와 계산에 어려움을 보인다. 그럼에도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실어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숫자 처리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다. 그 결과 지금까지 숫자 처리 및 계산장애에 대한 감별진단, 표준화된 진단도구들뿐만 아니라 치료프로그램도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연유로 본 연구에서 실어증 환자를 대상으로 아라비아 숫자를 한글 숫자로, 한글 숫자를 아라비아 숫자로 변환하는 읽기와 쓰기 과제를 실시하여 실어증 환자의 숫자 처리 특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 연구에서 복잡한 계산장애는 다루지 않기로 한다. 아라비아 숫자와 한글 숫자 읽기 과제, 한글 숫자를 보고/듣고 아라비아 숫자로 쓰는 과제를 평가하여 실어증 환자들이 숫자 변환 시 어떤 특성을 보이는지 살펴보고, 이 때 환자들이 보이는 오류 유형을 분석하여 언어학적 결함과 숫자 처리에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고찰하여 실어증 환자의 숫자 변환 처리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적 틀을 제공하고자 한다.
Ⅱ. 연구 방법
1. 연구 대상
본 연구는 좌뇌 손상 환자 15명과 정상 성인 15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피험자는 수도권의 종합병원 재활의학과에 내원하였거나 입원한 환자들로 뇌경색(infarction) 환자 9명과 뇌출혈(hemorrhage) 환자 6명으로 실어증으로 진단된 환자들로 선정하였다. 환자군은 명칭실어증(anomic aphasia) 환자 5명, 베르니케실어증(Wernicke’s aphasia) 5명, 브로카실어증(Broca’s aphasia) 5명이었다. 시계 그리기를 통해 무시증이나 시공간장애를 보이는 환자들은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환자의 평균 연령은 49.47(SD=13.78)세, 교육의 정도는 평균 14.54(SD=1.99)년, 발병 후 시간은 평균 24(SD=3.51)개월, 실어증 지수는 평균 68.06(SD=11.20)점이었다. 실어증 환자는 한국판 웨스턴 실어증 검사(Paradise-Korean Western Aphasia Battery-revised: PK-WAB-R, Kim & Na, 2012)의 수 받아쓰기 항목인 ‘5, 61, 32, 700, 1867’ 숫자를 제시하여 90% 이상 읽을 수 있는 환자로 선정하였다. 그리고 숫자 읽기 시 알아들을 수 있는 경미한 착어는 PK-WAB의 스스로 말하기 채점 기준처럼 정반응으로 간주하였다.
정상군은 신경학적 결함이나 시력장애가 없고, PK-WAB의 계산 과제 중 ‘5+4, 9-7, 5x3, 64÷8’ 등 사칙 연산 문항 읽기가 가능한 자로 선정하였다. 실어증 환자와 정상군의 손잡이는 오른손잡이이며, 성비는 남자 8명, 여자 7명으로 일치시켰다. 정상군의 나이는 평균 50.27(SD=13.66)세, 교육의 정도는 평균 14.54(SD=1,99)년이었다. 표 1에 대상자의 기본 정보를 제시하였다.
2. 연구 과제
실어증 환자의 숫자 변환 처리 특성을 살펴보기 위하여 아라비아 숫자 읽기, 한글 숫자 읽기, 한글 숫자 듣고 아라비아 숫자 받아쓰기, 한글 숫자 보고 아라비아 숫자 쓰기의 네 하위 과제를 평가하였다. 검사 문항은 Delazer 등(1999)의 연구와 비교를 위하여 자릿수를 맞춰서 연구자가 선정하였으며, 최종 문항은 부록 1에 제시하였다.
자료 수집은 각 병원의 1급 언어재활사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검사는 언어치료실에서 개별적으로 진행되었다. 환자들은 언어치료를 받기 위해 언어치료실에 내원한 환자로, 숫자와 관련된 치료를 받은 적은 없으며, 본 연구를 위해 언어재활사가 평가는 진행하였지만, 읽기 자료는 녹음하고, 쓰기 자료는 연구자가 취합하여 직접 채점 및 분석을 하였다.
숫자 변환의 네 가지 하위 검사는 각 10문항씩 총 40문항으로 구성되었다. 그 중 아라비아 숫자 읽기와 한글 숫자 읽기 과제는 각각 두 자릿수 숫자 3문항, 세 자릿수 3문항, 네 자릿수 3문항, 다섯 자릿수 숫자 1항목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한글 숫자 듣고 아라비아 숫자 받아쓰기와 한글 숫자 보고 아라비아 숫자 쓰기 과제는 각각 한 자릿수 숫자 2문항, 두 자릿수 2문항, 세 자릿수 3문항, 네 자릿수 3문항으로 이루어졌다.
시각적으로 제시되는 숫자 자극은 맑은 고딕체로 글자 크기를 100포인트로 작성하여 PowerPoint로 제시하였다.
3. 자료 분석
과제는 총 40문항으로 정반응은 1점, 오반응은 0점으로 채점하였으며, 총점은 40점이었다. 실어증 환자군과 정상군을 대상으로 실시한 네 과제에 대해 정반응수와 오반응수를 구하고, 오류 유형은 Deloche와 Seron(1982a, 1982b)을 토대로 어휘 오류(lexical error), 구문 오류(syntactic error), 혼합 오류(mixed error), 생략 오류(omission error)로 분류하고, 본 연구에서는 위 네 오류 유형에 포함시키기 힘든 오류를 기타 오류(others error)로 따로 분류하여 총 다섯 가지의 오류 유형으로 나누어 오류 빈도를 분석하였다.
어휘 오류는 숫자 단어는 유지되는 반면에 같은 자릿수의 다른 숫자로 대치하는 오류로 ‘76’을 ‘79’ 혹은 ‘70’, ‘구백사십일’을 ‘구백사십칠’로 읽는 오류를 말한다. 그래서 어휘 오류는 position-within-class error라고로도 부른다(Delazer et al., 1999). 구문 오류는 어휘 요소는 정확하지만 구문 오류가 잘못 사용되는 경우로, ‘305’를 ‘3005’로 읽는 경우이다. 또한 ‘39’를 ‘93’으로 도치하고, ‘4002’를 ‘사백이’로 숫자 단어를 잘못 사용하며, ‘8989’를 ‘팔구팔구’로 읽는 경우도 구문 오류에 속한다. 그리고 혼합 오류는 통사적으로 틀린 숫자를 대치하거나 어휘 오류와 구문 오류가 섞여서 나타나는 오류로, ‘246’을 ‘20045’, ‘7136’을 ‘칠백십삼십육’으로 읽는 경우이다. 반맹증이나 무시증후군이 있는 환자들이 자주 보이는 오류처럼 숫자 ‘13387’을 ‘387’, ‘133’, ‘137’처럼 첫 숫자나 가운데 혹은 마지막 숫자를 생략한 경우에는 생략 오류로 분류하였다. 검사자가 제시하는 단어를 그대로 모방하거나, ‘658’을 ‘6666’, ‘66오오오’, ‘육육888’처럼 나타내는 경우는 기타 오류로 분류하였다.
4. 자료 처리
자료는 SPSS version 22.0을 사용하여 실어증 환자군과 정상군 간의 숫자 변환 과제 수행 시 보인 정반응 점수에 대한 차이를 알아보기 위하여 t-test를 실시하였다. 그리고 실어증 하위 유형군과 정상군 간 정반응수에 유의한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하여 일원분산분석(one-way ANOVA)을 실시하였으며, 사후검정으로 Scheffé 분석을 실시하였다. 또한 숫자 변환 과제 수행 시 실어증 하위 유형군과 정상군이 보인 오류수의 평균에 대해 기술통계를 실시하였다.
Ⅲ. 연구 결과
1. 실어증 환자군과 정상군의 정반응 비교
실어증 환자군과 정상군이 네 가지 숫자 변환 과제 즉, 아라비아 숫자 읽기(reading arabic), 한글 숫자 읽기(reading number word), 한글 숫자 듣고 아라비아 숫자 받아쓰기(dictation arabic), 한글 숫자 보고 아라비아 숫자 쓰기(writing arabic) 과제 수행 시 보인 정반응 점수에 대한 차이를 알아보기 위하여 t-test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표 2에서 알 수 있듯이, 환자군과 정상군은 아라비아 숫자 읽기(-3.57, p<.01), 한글 숫자 읽기(-3.75, p<.01), 한글 숫자 보고 아라비아 숫자 쓰기(-1.67, p<.01)에서 유의하게 차이를 보였다. 반면, 한글 숫자 듣고 아라비아 숫자 받아쓰기에서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1.78, p>.01).
명칭실어증(anomic aphasia), 베르니케실어증(Wernicke’s aphasia), 브로카실어증(Broca’s aphasia) 환자군과 정상군 간에 숫자 변환 과제 수행에서 얻은 정반응수에 유의한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하여 일원분산분석(one-way ANOVA)을 실시한 결과, 하위유형에 따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표 3).
표 3에서 제시한 바와 같이, 일변량 F검증에서 아라비아 숫자 읽기(F=748.52, p<.001), 한글 숫자 읽기(F=748.22, p<.001), 한글 숫자 듣고 아라비아 숫자 받아쓰기(F=692.53, p<.001), 한글 숫자 보고 아라비아 숫자 쓰기(F=912.50, p<.001) 네 과제에서 실어증 하위 유형군과 정상군에서 유의한 집단 간 차이를 보였다.
Scheffé 검정 결과 정상군이 모든 과제에서 높은 수행력을 보였다. 실어증 유형군에서는 명칭실어증 환자군이 아라비아 숫자 읽기, 한글 숫자 읽기, 아라비아 숫자 받아쓰기, 한글 숫자 보고 아라비아 숫자 쓰기 네 과제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수행력을 보였고, 베르니케실어증과 브로카실어증은 아라비아 숫자 읽기, 아라비아 숫자 받아쓰기, 한글 숫자 보고 쓰기에서는 집단 간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한글 숫자 읽기 과제에서는 베르니케실어증 환자가 브로카실어증에 비해 유의하게 높은 수준의 수행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 실어증 환자군과 정상군의 오류 비교
실어증 환자군과 정상군이 네 가지 숫자 변환 과제 즉, 아라비아 숫자 읽기(reading arabic), 한글 숫자 읽기(reading number word), 한글 숫자 듣고 아라비아 숫자 받아쓰기(dictation arabic), 한글 숫자 보고 아라비아 숫자 쓰기(writing arabic) 과제 수행 시 보인 오반응 점수에 대한 기술 통계 결과를 표 4에 제시하였다.
위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정상군을 제외한 실어증 환자군에서 명칭실어증 환자의 오류가 네 과제 모두에서 가장 적고, 베르니케실어증과 브로카실어증의 오류수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특히 한글 숫자 듣고 아라비아 숫자 받아쓰기 과제와 한글 숫자 보고 아라비아 숫자 쓰기 과제에서 두 실어증 환자군의 오류는 동일하게 나타났다.
실어증 환자군과 정상군이 숫자 변환 과제 수행 시 산출한 오류 유형을 알아보기 위하여 어휘 오류(lexical error), 구문 오류(syntactic error), 혼합 오류(mixed error), 생략 오류(omission error), 기타 오류(others)의 다섯 가지로 나누어 분석하였다(표 5).
아라비아 숫자 읽기 과제에서 실어증 환자군이 보인 오류 유형을 분석한 결과, 어휘 오류는 베르니케실어증(38.5%)에서, 구문 오류는 브로카실어증(48.7%), 혼합 오류는 베르니케실어증과 브로카실어증에서 동일하게 50%로 나타났으며, 생략 오류와 기타 오류는 베르니케실어증(각각 58.3%, 66.7%)에서 가장 많이 관찰되었다. 예를 들면, 베르니케실어증 환자는 ‘40’을 ‘사십삼’, ‘305’를 ‘이백오’로 다른 숫자로 대치하여 읽는 어휘 오류를, 브로카실어증 환자는 ‘246’을 ‘이천사십육’, ‘13387’을 ‘일삼삼팔칠’처럼 읽는 구문 오류를 많이 보였다. 실어증 환자들이 ‘305’를 ‘삼천삼’으로 읽은 경우는 혼합 오류, ‘246’을 ‘이십사’로 읽은 경우는 생략 오류, ‘4002’를 ‘사백이이이’라고 읽은 경우는 기타 오류로 분류하였다.
한글 숫자 읽기 과제에서 어휘 오류, 구문 오류 및 혼합 오류는 베르니케실어증(각각 39.4%, 42.5%, 71.4%)에서, 생략 오류는 브로카실어증(80%), 기타 오류는 베르니케실어증(50%) 환자군에서 가장 빈번히 나타났다. 베르니케실어증 환자는 ‘오십칠’을 ‘오십이’, ‘사십이’를 ‘오십이’ 등으로 숫자를 대치하여 읽는 어휘 오류를 많이 보이고, ‘사백삼’을 ‘사삼’ 혹은 ‘삼백사’로 읽는 구문 오류. ‘사백삼’을 ‘사백백이’로 읽는 혼합 오류, ‘오천칠’을 ‘오천오천칠칠’, ‘구백사십일’을 ‘구구구백사십사십일일일’로 읽는 기타 오류를 자주 보였다. 브로카실어증 환자들의 경우 ‘팔백팔십팔’을 ‘팔십팔’, ‘사천삼백이십이’를 ‘사천이십이’로 읽는 생략 오류가 빈번히 관찰되었다.
한글 숫자 듣고 아리비아 숫자 받아쓰기 과제에서 어휘 오류는 명칭실어증과 베르니케실어증에서 35.7%로 동일한 빈도로 가장 많이 나타났고, 구문 오류와 혼합 오류는 브로카실어증(각각 42.1%, 50%), 생략 오류는 베르니케실어증(70%), 기타 오류는 베르니케실어증과 브로카실어증에서 50%로 동일하게 가장 많이 관찰되었다. 명칭실어증과 베르니케실어증 환자들은 ‘8’을 ‘2’ 혹은 ‘6’, ‘981’을 ‘682’로 대치하여 받아쓰는 어휘 오류가 나타나고, 브로카실어증 환자는 ‘658’을 ‘600508’로 적는 구문 오류, ‘5005’를 ‘50004’로 적는 혼합 오류를 자주 보였다. 베르니케실어증 환자들은 ‘658’을 ‘58’로, ‘3975’를 ‘3399오오’처럼 적는 오류가 관찰되었다. 전자는 생략 오류, 후자는 기타 오류로 분류하였다.
한글 숫자 보고 아라비아 숫자 쓰기 과제의 경우 어휘 오류는 명칭실어증(46.2%), 구문 오류와 혼합 오류는 베르니케실어증(각각 40.8%, 50%), 생략 오류와 기타 오류는 브로카실어증(각각 47.8%, 61.5%)에서 가장 빈번하였다. 명칭실어증 환자는 ‘육천이백오십이’를 읽고 ‘6522’로 쓰는 어휘 오류를, 베르니케실어증 환자들은 ‘팔천팔’을 읽고 ‘80008’로 쓰는 구문 오류, ‘백삼십일’을 ‘10042’처럼 쓰는 혼합 오류를 자주 보였다. 브로카실어증 환자들은 ‘이백오십오’를 ‘55’로 생략하고, ‘육천이백오십이’를 ‘600025252’로 쓰는 기타 오류가 관찰되었다.
정상군의 경우 네 과제에서 오류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실어증 환자들이 숫자 변환 처리 시 보이는 주요 오류 유형인 어휘 오류와 구문 오류 두 가지를 비교하면, 아라비아 숫자 읽기 과제에서 명칭실어증과 베르니케실어증은 구문 오류(각각 18.9%, 32.4%)보다는 어휘 오류(각각 26.9%, 38.5%)를, 브로카실어증은 어휘 오류(34.6%)보다 구문 오류(48.7%)를 더 많이 산출하였다. 한글 숫자 읽기 과제의 경우 명칭실어증은 구문 오류(20%)보다 어휘 오류(27.3%), 베르니케실어증과 브로카실어증은 어휘 오류(각각 39.4%, 33.3%)보다 구문 오류(각각 42.5%, 37.5%)를 더 빈번히 보였다. 아라비아 숫자 받아쓰기에서 명칭실어증과 베르니케실어증은 구문 오류(각각 28.1%, 29.8%)보다 어휘 오류를 더 많이 보였으며, 오류 비율이 두 환자군에서 35.7%로 동일하였다. 브로카실어증에서는 어휘 오류(28.6%)보다 구문 오류(42.1%)가 더 많이 나타났다. 한글 숫자 보고 아라비아 숫자 쓰기 과제에서 명칭실어증은 구문 오류(26.5%)보다 어휘 오류(46.2%), 베르니케실어증과 브로카실어증은 어휘 오류(각각 23.1%, 30.7%)보다 구문 오류(각각 40.8%, 32.7%)를 더 많이 보였다. 브로카실어증의 경우 아라비아 숫자 쓰기 과제에서 어휘 오류와 구문 오류에서 큰 차이는 관찰되지 않았다.
Ⅳ. 논의 및 결론
본 연구에서는 실어증 환자군과 정상군을 대상으로 아라비아 숫자 읽기, 한글 숫자 읽기, 한글 숫자 듣고 아라비아 숫자 받아쓰기, 한글 숫자 보고 아라비아 숫자 쓰기 각 10문항씩, 총 40문항을 평가하여 숫자 변환 과제 수행 시 보이는 두 집단의 정반응 점수와 오반응 점수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실어증 하위 유형별로 수행력 차이를 보이는지 분석하고, 숫자 처리 시 실어증 환자들이 자주 하는 오류 유형과 빈도를 고찰하여 언어학적 결함과 숫자 처리 간에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하였다.
이 연구의 주요 결과에 대한 요약과 논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실어증 환자군은 정상군에 비해 숫자 변환 과제에서 낮은 수행력을 보였다. 아라비아 숫자 읽기, 한글 숫자 읽기, 한글 숫자 듣고 아라비아 숫자 받아쓰기, 한글 숫자 보고 아라비아 숫자 쓰기에 따른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 정상군은 숫자 변환과 관련된 네 과제에서 모두 정반응을 보였다. 실어증 환자는 정상군에 비해 특히 한글 숫자 듣고/보고 아라비아 숫자 쓰기 과제에서 더 심한 어려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탈리아어를 모국어로 말하는 실어증 환자 50명(명칭실어증 10명, 브로카실어증 8명, 전반실어증 7명, 베르니케실어증 12명, 비실어증 환자 13명)을 대상으로 아라비아 숫자 읽기, 숫자 단어 읽기, 아라비아 숫자 받아쓰기, 숫자 단어 받아쓰기, 사칙연산 기호 읽기 및 쓰기 과제 총 41문항에 대해 실어증 환자의 숫자 변환 처리에 대해 살펴본 Delazer 등(1999)의 연구 결과와 일치하였다.
실어증 환자가 정상군에 비해 숫자 변환 과제에서 낮은 수행력을 보인다는 본 연구 결과는 실어증 환자의 언어학적 결함과 숫자 처리 능력 간에 관련이 있음을 의미한다. 정상군은 네 과제에서 오류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고, 실어증 환자군은 특히 아라비아 숫자 쓰기 과제에서 어려움을 보여 구두로 말하는 것보다 쓰기에 어려움을 보이는 실어증 환자들의 증상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실어증 하위 유형별 환자군과 정상군 간의 수행력 비교에서도 하위유형에 따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아라비아 숫자 읽기, 한글 숫자 읽기, 한글 숫자 듣고 아라비아 숫자 받아쓰기, 한글 숫자 보고 아라비아 숫자 쓰기 과제에서 실어증 하위 유형군과 정상군에서 유의한 집단 간 차이를 보였다. 실어증 환자들 중에서 명칭실어증 환자군이 네 과제에서 가장 높은 수행력을 보였고, 베르니케실어증과 브로카실어증은 아라비아 숫자 읽기, 한글 숫자 듣고 아라비아 숫자 받아쓰기, 한글 숫자 보고 아라비아 숫자 쓰기 과제에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글 숫자 읽기 과제에서는 베르니케 실어증 환자가 브로카실어증에 비해 유의하게 높은 수준의 수행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Delazer 등(1999)의 연구에서도 명칭실어증 환자들의 과제 수행력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베르니케실어증과 브로카실어증의 경우, 아라비아 숫자 읽기에서는 베르니케실어증이 브로카실어증보다 수행력이 높았고, 숫자 단어 읽기, 아라비아 숫자 쓰기 및 단어 숫자 쓰기에서는 브로카실어증이 베르니케실어증보다 수행력이 높은 것으로 보고하였다. 숫자 쓰기 과제에서 베르니케실어증과 브로카실어증이 심한 어려움을 보이는 것은 본 연구 결과와 일치하였다.
명칭실어증 환자군이 네 과제에서 다른 실어증 환자들보다 높은 수행력을 보이긴 하였으나, 표 3에 제시한 바와 같이 아라비아 숫자 받아쓰기, 한글 숫자 보고 아라비아 숫자 쓰기 순으로 어려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명칭실어증 환자들이 말하기와 쓰기에서 특히 단어 인출 장애를 보인다는 Brookshire(2007)의 견해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단어 인출의 어려움은 에둘러 말하기, 목표단어 대신에 다른 단어로 대체하기와 같은 오류를 보이는데, 본 연구에서도 명칭실어증 환자들이 어휘 오류를 가장 많이 보인 점은 이를 뒷받침해 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베르니케실어증 환자들의 경우 발화는 유창하지만 신조어나 음소 착어(phonemic paraphasia), 의미 착어(semantic paraphasia)가 많아 내용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문법형태소의 과다 사용, 문장 끊김이나 중복 현상이 자주 나타나는 착문법증(paragrammatism)으로 인해 문장 형성 장애를 보이는 대표적 유형이다. 이런 언어적 결함은 숫자 처리 시에도 영향을 미쳐 목표 숫자로의 어휘의미적 접근이 어려워 어휘 오류를 빈번히 산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브로카실어증 환자들은 베르니케실어증과는 반대로 특히 언어 표현에 어려움을 보이는 비유창성실어증으로, 문법형태소를 빈번히 생략하고, 특정 문법형태소를 자주 사용하는 실문법증(agrammatism)을 보인다. 이처럼 구문 처리에 어려움을 보이기 때문에 숫자 처리 시에도 구문 오류가 빈번히 나타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셋째, 실어증 환자들이 숫자 변환 과제 수행 시 가장 빈번히 산출하는 오류 유형인 어휘 오류와 구문 오류를 살펴본 결과, 실어증 하위 유형별로 나타나는 주요 오류 유형이 과제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먼저 아라비아 숫자 읽기에서는 명칭실어증과 베르니케실어증은 어휘 오류를, 브로카실어증은 구문 오류를 가장 많이 보였다. 한글 숫자 읽기에서는 명칭실어증은 어휘 오류를, 베르니케실어증과 브로카실어증은 구문 오류를 가장 빈번히 산출하였다. 한글 숫자 듣고 아라비아 숫자 받아쓰기 과제에서 명칭실어증과 베르니케실어증의 경우 어휘 오류가, 브로카실어증에서는 구문 오류가 가장 많이 나타났다. 한글 숫자 보고 아라비아 숫자 쓰기에서 명칭실어증 환자들은 어휘 오류를, 베르니케실어증과 브로카실어증 환자들은 구문 오류를 가장 빈번히 보였다.
브로카실어증 환자들은 과제에 상관없이 구문 오류를 더 많이 보여 Deloche와 Seron(1982a, 1982b; Seron & Deloche, 1983)의 선행연구 결과와 일치하였다. 그러나 베르니케실어증 환자들이 어휘 오류를 더 많이 보인다는 Deloche와 Seron(1982a, 1982b; Seron & Deloche, 1983)의 연구 결과와는 달리 본 연구에서는 아라비아 숫자 쓰기와 아라비아 숫자 받아쓰기 과제에서는 어휘 오류를 더 빈번히 보이고, 한글 숫자 읽기와 한글 숫자 보고 아라비아 숫자 쓰기에서는 구문 오류를 더 많이 보여 부분적으로 일치하였다. 그러나 유창성실어증 환자들에게서는 어휘 오류와 구문 오류가 거의 유사하게 나타난다는 Landerl 등(2017)과 Willmes-von-Hinckeldey(2005)의 주장과는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Delazer 등(1999)의 연구에 의하면, 명칭실어증 환자들은 아라비아 숫자 읽기와 받아쓰기에서 구문 오류를 더 많이 보였으나 본 연구에서는 어휘 오류를 더 많이 산출하여 일치하지 않았다. 그러나 숫자 단어 읽기 과제에서는 어휘 오류를 더 많이 보여 Delazer 등(1999)의 연구 결과와 일치하였다. 본 연구에서 베르니케실어증 환자는 아라비아 숫자 읽기의 경우 어휘 오류를, 한글 숫자 읽기에서는 통사 오류를 더 많이 산출하였으나, Delazer 등(1999)의 연구에서는 반대로 나타나 일치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라비아 숫자 받아쓰기 과제에서는 두 연구에서 모두 어휘 오류를 더 많이 보여 일치하는 결과를 보였다. 브로카실어증 환자의 경우 아라비아 숫자 읽기 시 두 연구 모두 구문 오류를 많이 보여 결과가 일치하였다. 그러나 Delazer 등(1999)의 연구에서는 숫자 단어 읽기와 아라비아 숫자 쓰기에서 어휘 오류와 구문 오류가 같은 정도의 오류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나, 본 연구에서는 두 과제 모두 구문 오류가 더 많이 나타나 일치하지 않았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의 숫자 처리 및 계산 특성을 살펴본 Kim 등(2017)의 연구에서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들은 숫자 처리와 관련된 모든 과제에서 구문 오류를 많이 보였으나, 실어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본 연구 결과와는 차이가 있었다.
숫자 변환 과제에서 나타난 오류를 살펴보면, 언어장애의 심한 정도와 숫자 처리 과정이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명칭실어증 환자들은 숫자 변환 과제 중 쓰기 과제에서 상대적으로 오류를 많이 보이긴 하였으나, 대체로 경도의 어려움을 보였다. 베르니케실어증과 브로카실어증 환자의 경우 양적 결과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브로카실어증 환자들이 아라비아 숫자 읽기와 한글 숫자 읽기에서 더 어려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브로카실어증 환자들이 아라비아 숫자 읽기 시 보이는 어려움이 단순히 언어 산출의 문제라기보다는 복잡한 숫자의 구문 구조를 조립하는데 특정 어려움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 브로카실어증 환자들이 숫자 변환 과제에서 구문 오류를 가장 많이 보인 사실도 이 설명을 뒷받침해 준다. 그리고 이전에 보고된 선행연구(Deloche & Seron, 1982a, 1982b; Seron & Deloche, 1983)의 결과와도 일치한다.
베르니케실어증 환자들이 숫자 변환 과제에서 어휘 오류를 자주 보이는 것은 베르니케실어증 환자들이 언어 산출 시 많이 보이는 의미착어(semantic paraphasia)로 설명할 수 있다(Seron & Deloche, 1983). 그리고 베르니케실어증은 구문 오류와 혼합 오류도 보이는데, ‘76’을 ‘67’로 도치하는 구문 오류는 베르니케실어증 환자에게서 자주 관찰되는 실어증 증상이다. 이런 오류는 베르니케실어증 환자들의 어휘 접근에 대한 어려움으로 인해 자주 나타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실어증 환자를 대상으로 숫자 처리 특성을 살펴보고, 언어학적 결함과 숫자 처리가 관련성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제시한 점은 의의가 있지만, 본 연구는 연구방법이나 결과에서 많은 제한점이 있다. 연구에 참여한 환자의 평균 연령은 49.47세로 젊은 층이 많았다. 연령에 따라 숫자 처리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으므로 향후 연구에서는 50세 미만과 50세 이상의 실어증 환자군을 비교해 볼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본 연구에 참석한 실어증 환자군이 15명으로 모집단이 작아 본 연구 결과를 일반화시키기에 많은 무리가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실어증 하위 유형별로 많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유창성실어증과 비유창성실어증으로 나누어 숫자 처리 및 계산 특성에 대해 살펴볼 것을 제안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좌반구 손상 환자만으로 하였으나, 우반구 손상으로도 숫자 처리 및 계산에 어려움을 보일 수 있으므로 향후 연구에서는 우반구 손상 환자, 비실어증 환자와의 비교 분석도 이루어지길 기대해 본다. 본 연구의 대상자인 실어증 환자군의 평균 실어증 지수는 68.06점의 중등도 수준이었으므로 실어증의 심한 정도에 따라 숫자 처리 및 계산 특성에 대한 후속 연구 또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계산과제는 제외하고 숫자 변환 과제에만 국한하여 실어증 환자의 숫자 처리 특성을 살펴보았기 때문에 본 연구 결과가 실어증 환자의 숫자 처리 특성을 대표한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므로 향후 연구에서는 숫자 크기, 양 등을 비교하는 과제를 이용한 숫자 이해, ‘1년은 며칠입니까?’, ‘올해 나이는 몇 살입니까?’와 같이 숫자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제시하는 숫자 표현, 그리고 계산 과제를 실시하여 실어증 환자들의 숫자 처리 및 계산 수행 시 나타나는 특성을 보다 광범위하고 자세히 분석하는 연구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숫자 처리 시 나타날 수 있는 오류 유형을 더 세분화시켜 명확하게 오류를 분석하고 언어학적 결함과의 관련성을 살펴보는 후속 연구들을 제안한다. 그리고 무시증, 시지각 인지장애, 주의력 결핍, 단기기억문제 등 좌반구 손상 환자에서 자주 발견되는 비언어적 장애로 인해서도 숫자 처리에 문제를 보일 수 있으므로 실어증 환자들의 숫자 변환 과제 수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을 통제하여 향후 연구들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본 연구는 이런 많은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실어증 환자를 대상으로 숫자 처리 특성을 살펴본 국내 선행연구들이 거의 없는 시점에서 한국 실어증 환자를 하위 유형으로 나누어 숫자 변환 과제를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임상적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또한, 숫자 처리와 관련하여 제한된 한 영역만을 연구하여 결과를 비교하는 것이 무리가 있지만, 그럼에도 외국의 선행 연구들에서 보고한 바와 같이 브로카실어증 환자들이 숫자 처리 시 어휘 오류보다는 구문 오류를 많이 보인다는 사실을 밝힌 점도 학문적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실어증 환자들의 경우 숫자 처리 시 보이는 문제가 기저에 깔려 있는 언어학적 결함과 관련이 있음을 간접적으로 제시한 점에서도 의의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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